퇴근길 여행 물품 구입 중 사고… 출퇴근 재해로 인정될까?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는 일반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경로를 벗어나거나 잠시 멈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특히 퇴근 중 쇼핑이나 여행 준비를 위한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런 질문에 실제 판례를 통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청구인은 평소처럼 오전 근무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다음 날 떠날 일본 여행을 위해 필요한 콘센트와 우비 등 물품을 구매하려고 근처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귀가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고, 이를 두고 산재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처분기관은 청구인의 이동이 퇴근 경로를 벗어난 '일탈'이며, 사고 당시의 활동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판단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 사례는 단순히 출퇴근 중 사고인지 아닌지를 넘어서, 일상생활의 필요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곧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일상적 상황에 대해,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이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유의미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특히 일상용품 구입처럼 보편적인 행동이 어디까지 ‘정당한 일탈’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 사건번호: *****
- 사건명: 최초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 사고일시: 2019년 10월 25일 오후 1시 20분경
- 상병명: 우측 하퇴 경골 및 비골 개방성 골절
- 재해장소: ○○세무서 사거리 인도
청구인의 주장 요약
- 청구인은 아이돌보미로 오전 근무 후 퇴근 중, 다음날 일본여행을 대비해 콘센트와 우비 등 물품을 구매했다.
- 여행 준비를 위한 물품은 생활 필수품에 해당하며, 오후에도 근무가 예정되어 있어 이 시간 외엔 구매가 불가했다.
- 따라서 물품 구입 목적의 경로 일탈은 정당하며,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재 신청 및 원처분 내용
청구인은 사고 이후 산업재해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원처분기관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남(일탈)
- 여행 준비를 위한 물품(콘센트, 우비 등) 구매는 필수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
관계 법령 요약
-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출퇴근 중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이동 중 사고는 산재로 인정
- 시행령 제35조 제2항: 일탈 또는 중단 중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라면 예외적으로 인정 가능
심사위원회의 판단 및 승인 사유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근거로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산재로 인정하였습니다:
- 물품 구입 장소는 통상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
- 소요 시간도 퇴근 경로를 지나면서 잠시 들르는 수준이었음
- 구입한 물품은 ‘해외여행을 위한 생활 필수품’으로 판단 가능
- 근로자의 생활 패턴 및 근무 일정상 해당 시간에만 구입 가능했음
따라서 심사위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청구인의 사고는 퇴근 도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 구입을 위해 일시적으로 경로를 이탈한 경우로, 출퇴근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 경로 이탈 사고라도, 일상생활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산재 승인 가능
- 여행, 외출 등을 위한 용품도 ‘생활 필수품’으로 간주될 수 있음
- 일탈 목적과 거리,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이 핵심
- 카드 영수증, 이동 경로 지도, 근무 스케줄 등 증거 확보가 중요
경로 이탈에도 승인 받은 이유는?
이 사례는 일상생활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 있었다면, 일탈 중 사고라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결정입니다. 앞으로 출퇴근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로 이탈이나 중단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유가 명확하고 정당하다면 무조건 포기하지 말고 심사청구를 진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단순히 법조문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실제 생활 환경과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