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외상으로 인한 사망, 기저질환이 있어도 산재로 인정된 사례
산업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자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번 사례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근로자가 작업 중 뇌 외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으로, 초기에는 지병에 의한 병사로 판단되어 유족급여가 부지급되었으나, 외상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재판단되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이 결정된 판례입니다.
1. 사건 개요
- 사건번호: 2020 제ㅇㅇㅇ호
- 사망일: 2019년 5월 28일
- 청구내용: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
- 근로자 정보: ○○경찰청 소속 시설관리 근로자, 4조 3교대 근무
- 재해경위: 모터 펌프 작업 중 동료가 자리를 비운 사이 쓰러진 채 발견
2. 청구인의 주장 요약
- 고인은 작업 중 물기 있는 바닥에서 미끄러져 뒤통수를 부딪혀 쓰러짐
- 의식 소실 당시 동료를 향해 뒤로 이동 중이었고, 현장 상황상 단순한 실신이 아닌 외상이 원인
- 협심증 등의 기저질환은 있으나 관리되고 있었으며,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미약함
- 의무기록, 주치의 소견, 건강검진 결과 등 종합적으로 건강 상태 양호
3. 원처분기관의 불승인 사유
- 현장 목격자 진술상 '의식 없이 쓰러져 있었다'는 점에서 지병 원인 추정
- 119 구급증명서 및 경찰 검안의 의견에서 질병(협심증) 기저 원인 명시
- 자문의 소견에서 외상성 출혈의 양이 사망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 시체검안서에서 '병사'로 기록된 점
4. 사고 및 의학적 사실관계
- 사망 원인: 다발성 장기부전 → 외상성 뇌경막하출혈 → 지주막하 출혈
- 현장 상황: 수도작업 중 물기 있는 지하 5층 바닥, 미끄러질 위험 있음
- 진단 영상: 뇌 전체에 퍼진 지주막하 출혈 소견
- 치료 과정: 개두술 및 혈종 제거술 → 중환자실 치료 → 사망
119 구급기록 요약
- 혈압 166/98mmHg, 맥박 61, 혈당 180
- 이름을 말할 수 있고 눈은 뜨는 수준의 반응 → 완전한 심정지는 아님
- AED 적용 시 이상 없음, 뚜렷한 외상 흔적 없지만 의식저하 확인됨
5.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판단
- 고인은 업무 수행 중 쓰러졌고, 머리에 충격을 입은 외상이 주요 사망 원인
- 지주막하 출혈이 기저질환과 결합하여 빠르게 악화되었으나, 외상이 유발 요인
- 두부 충격 후 전두부 좌상, 뇌 전체에 광범위한 출혈 발생 → 명백한 외상 소견
- 기저질환은 경과에 영향을 미쳤지만, 사망의 직접 원인은 외상
6. 관련 법령 정리
- 산재보험법 제5조: 업무상 사유에 의한 부상, 질병, 사망 등을 포함
- 제37조: 질병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함
- 제62조: 유족급여 지급 요건 명시
- 제71조: 장의비 지급 기준
7. 결론 및 시사점
이번 사례는 업무 중 발생한 외상이 기저질환과 복합적으로 작용했더라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외상으로 확인된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고령의 근로자나 만성질환자에게 있어, 사고 발생 후 의식소실 등의 경과가 단순 실신인지, 외상으로 인한 것인지가 판결의 핵심이 됩니다. 의무기록, 영상자료, 건강검진 기록 등 복합적인 자료를 통해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심사 단계에서 억울함 없이 제대로 된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자료 정리와 주장의 논리 구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번 판례는 단순히 외상 여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닌, 근로자의 기존 질병 상태, 사고 당시의 환경, 증상 진행 양상, 응급처치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처럼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단편적인 정황만으로 판단되어선 안 되며,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의학적 소견이 유기적으로 분석되어야 합니다.
법적으로도, 산재보험법 제37조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해 "상당한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판단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업무와의 관련성이 명확하게 드러날 때에만 가능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고인의 기저질환 상태가 오히려 외상 후 뇌출혈의 악화를 가속시킨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기저질환을 이유로 산재를 부정할 수 없다는 중요한 법적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기저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시 업무 관련성, 외상의 직접성, 사망에 이르게 된 경과 등을 의학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하며, 산업재해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산재 청구는 결코 간단한 과정이 아니며, 특히 유족급여나 장의비처럼 감정적 요소가 포함된 경우에는 더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 기반 주장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철저한 기록 확보와 정확한 인과관계 분석이 있다면,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