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로 인한 사망 인정, 유족급여 부지급 취소된 판례 분석
고인이 사망한 원인이 췌장암이라는 사망진단서의 표기에도 불구하고, 심폐기능 저하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되어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중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려운 췌장암 사망이라는 외형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기저 질환인 진폐증의 심각성과 그것이 사망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원처분을 뒤집고 유족의 권리를 인정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진폐와 그 합병증에 의한 사망 인정 기준, 그리고 유족급여 청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고인은 약 16년 10개월간 광산에서 근무하며 분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2003년 이후 '진폐병형 4형'으로 진단받아 장해등급 제11급에서 점차 악화되어 제5급까지 판정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심폐기능 저하가 진행되었고, 2018년에는 FEV1 수치가 34~36%까지 하락하여 고도 장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18년 11월 췌장암 진단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사망했으나, 유족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단순한 췌장암이 아니라, 이미 심각한 상태였던 진폐로 인해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유족위로금을 청구했습니다.
청구인의 주장 요약
- 고인은 생전 진폐증 및 호흡기 질환으로 장기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산소호흡기 사용이 필수적이었다.
- 췌장암은 사망 2개월 전 복통으로 우연히 발견된 병으로, 진폐로 인한 전신 상태 악화로 인해 항암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 기저 질환인 진폐가 없었다면 항암 치료가 가능했으며, 기대 여명이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따라서 사망은 췌장암보다 진폐로 인한 전신 약화와 심폐기능 저하가 본질적 원인이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주요 의학적 소견
- 사망진단서: 직접 사인은 말기 췌장암
- 근로복지공단 주치의 소견: 진폐 및 폐기종으로 사망 직전에도 산소치료가 필수였고, 췌장암이 없었더라도 기대수명이 길지 않았을 것
- ○○대학병원 진단서: 췌장암으로 사망하였지만, 진폐로 인해 항암치료 불가능했고, 폐기능 저하가 결정적 사망 요인이었음
심폐기능 검사 수치 분석
고인의 심폐기능은 사망 전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저하되어 다음과 같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검사일자 | FVC | FEV1/FVC | FEV1 | 비고 |
---|---|---|---|---|
2018. 07. 12 | 74% | 30% | 34% | 고도 장해 수준 |
2018. 10. 05 | 71% | 39% | 36% | 심한 기능 저하 |
2018. 12. 07 | 43% | 41% | 27% | 사망 전 검사, 매우 심각 |
심사위원회 판단 및 결정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을 내렸습니다.
- 췌장암은 사망 직전 진단되었으며, 일반적인 췌장암 사망 경과보다 훨씬 단기간 내 사망에 이른 점
- 고인은 췌장암 진단 당시 이미 폐기능이 극단적으로 저하되어 항암치료 불가능 상태였음
- 이는 진폐로 인한 전신상태 악화가 주된 사망 원인임을 시사함
- 의료진 또한 기저 질환이 없었다면 치료가 가능했을 것이며, 사망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진폐라는 소견 제출
결론 및 법적 판단
심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산재보험법 제91조의10 및 시행령 제83조의3에 근거하여 진폐 및 그 합병증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다만, 유족위로금은 진폐예방법에 따라 지급되는 금원이므로, 이는 산재보험법상 심사청구의 대상이 아니며 “각하”로 결정하였습니다.
사례의 의미와 시사점
이번 사례는 외형적인 직접사인이 아닌, 실제 사망에 이르게 한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산업재해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진폐와 같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직업성 질환은 사망 당시의 병명과 무관하게, 그 합병증이나 전신 기능 저하로 인해 치료 불가 상황이 초래되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고인의 평생을 바친 광산노동 경력과 그로 인한 진폐 장해 상태가 명확하게 입증되었기에, 이번 판단은 유족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시켜 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