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실어증·시야협착으로 장해등급 상향된 사례 | 장해 2급 인정 과정
외부로 드러나는 신체 손상과 달리, 인지기능 저하와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은 평가자가 겉으로 보기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해등급 판정에서 자주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환자가 말을 하지 못하거나, 일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모습만 보여도 마치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환자의 삶은 식사, 배변, 위생관리 등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조차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례는 뇌손상으로 인해 실어증, 우측 반신마비,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 시야 협착까지 겹친 청구인이 처음에는 장해등급 제3급을 받았지만, 상세한 의학적 평가와 보호자의 증언, 객관적 진단자료 등을 통해 장해등급 제2급으로 상향된 과정을 설명합니다. 산재 후 장해등급 평가에 있어 얼마나 면밀한 관찰과 해석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사건 개요
청구인은 2017년 3월 1일 배선 작업 중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외상성 경막하출혈, 두부 손상에 의한 인지기능 장애를 진단받고 장기 요양을 받았습니다. 요양기간은 약 2년 이상(입원 189일, 통원 602일)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수술로는 혈종 제거 및 기관 절개술을 받았습니다. 치료 종료 후 장해등급 평가에서 제3급 제3호로 판정되었지만, 실제 장해 상태는 훨씬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이에 따라 심사청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청구인의 주장 요약
- 심한 실어증으로 의사소통 불가, 단어 이해조차 어려움
- 인지기능 저하로 날짜, 사람, 장소 인지 불가
- 식사, 샤워, 배변 등 기초적인 일상생활조차 타인의 도움 필요
- 시야 협착으로 물체 인식 어려움, 자주 부딪히거나 넘어짐
- 보행은 가능하나 위험도가 매우 높아 보호자 감독 필수
- 의료기록상 심한 정신지체, 기억력 장애, 실행기능 장애 확인됨
의학적 소견 및 객관적 평가 결과
- 신경외과 주치의 소견: MMSE 3점, 실어증 동반, K-MBI 77점
- 심리검사: 기억평가 불가 수준, 전두엽 실행기능 심각한 손상
- 근력 측정: 우측 상하지 Gr4, 보행은 가능하나 균형능력 저하
- 시각장애: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 협착, 우측 시야 거의 소실
- 이비인후과 소견: 성대 기능 상실로 언어 사용 불가, 전면적 실어증
- 심리행동 특성: 간단한 명령 수행조차 어려움, 짜증 및 분노 표출 빈번
보호자 진술의 중요성
보호자인 배우자의 진술은 청구인의 실생활 능력 부족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작용했습니다. 환자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며, 대소변 처리는 물론 밥을 먹으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는 등 정서적 불안도 존재합니다. 또한, 샤워 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항상 보호자가 직접 씻겨주어야 합니다. 이처럼, 청구인은 움직일 수는 있지만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제한적입니다.
심사 결과와 장해등급 변경 이유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청구인의 의무기록, 심리검사, 주치의 및 자문의사의 종합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현 장해상태가 단순히 ‘평생 노무 불가능’한 수준(제3급)이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수시로 타인의 간병이 필요한 상태(제2급)’임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실어증과 인지기능 저하, 시야 협착이 동시에 발생하여 자택 외 행동이 거의 불가능하며, 보행도 매우 제한적이고 보호자의 감시 없이는 안전 확보가 불가능한 점을 들어 장해등급을 제2급 제5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장해등급 판정은 단순히 MRI 이미지나 근력 측정 수치만으로는 환자의 실생활 기능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처럼 외형적으로는 보행이 가능하고, 간단한 반응이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는 사고 판단 능력, 언어 소통, 시각 기능 등이 동시에 손상되어 있어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등급 결정 시 환자의 심리적, 인지적, 행동적 능력을 다각도로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자의 진술 및 장기간의 일상관찰 결과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례는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여 현실적이고 타당한 판결을 이끌어낸 의미 있는 사례로,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