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장해등급 제12급에서 제7급으로 상향된 이유 | 신경정신 장해 평가 사례
산업재해로 인한 신체 손상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경우보다, 내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더 정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뇌 손상으로 인한 신경계통 또는 정신기능의 장애는 피상적으로 보았을 때는 정상이거나 회복된 듯 보여도, 실제로는 기억력 저하, 판단력 저하, 계획 수행 능력 저하 등 일상생활 수행에 심각한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신체 기능 이상과 달리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기에, 종종 평가 시 과소 판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 사례는 뇌출혈과 수두증으로 장기간 요양한 청구인이, 초기에는 단순 인지저하로 제12급 판정을 받았지만, 심층적인 심리검사와 특별진찰을 통해 실제로는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는 점이 확인되어, 장해등급이 제7급으로 상향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정신기능 장해 평가에 있어 표면적 판단의 한계를 짚고, 심층평가의 중요성과 객관적인 검사결과의 반영 필요성을 함께 알아봅니다.
사건 개요
청구인은 2008년 건설현장에서 업무 중 뇌지주막하출혈 및 뇌실내출혈, 수두증 등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장기 요양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8년 장해등급 평가에서 “국부에 심한 신경증상이 남은 사람”으로 판단되어 제12급 판정을 받았으나, 실제 장해 상태는 그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기억력 장애, 인격 변화, 판단력 저하 등으로 인해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렵고, 단순 업무 외에는 수행이 어려운 상태였기에, 청구인은 제7급 이상의 장해등급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며 재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청구인의 핵심 주장
- 단시간 면담으로는 인지장애와 주도성 저하 같은 핵심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지만, 계획이나 자발적 행동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 심리검사 결과 지능 및 집행기능, 기억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이 있다.
- 통합심사회의의 결정은 실제 생활능력에 비해 장해를 경시한 결과로, 재판정이 필요하다.
- 특별진찰에서 확인된 장해 수준이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하고 있으므로 그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학적 및 심리학적 평가 내용
- 뇌 MRI: 우측 전두엽의 심각한 손상, 뇌 위축 및 뇌실 확장, 수두증 소견
- 뇌파검사: 구조적 병변과 부분 간질 소견 확인
- 지능검사: 전체 IQ 83, 전두엽 관리지능(EFQ) 65로 중증 수준
- 기억능력: 장기 기억지수 MQ 60으로 일상생활을 위한 기억 유지 어려움
- 행동 특성: 구조화된 환경에서는 대응 가능하나 자발적인 계획과 실행 능력은 극히 저조
- 일상생활 장애: 의사소통, 금전관리, 위생, 약물 복용 등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관리 필요
심사 결과 및 법적 근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및 시행규칙 제48조는 정신기능 장해에 대해 "쉬운 일 외에는 하지 못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경우 제7급 제4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청구인의 영상자료, 심리검사 결과, 병원기록, 주치의 및 전문의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두엽 손상과 전반적인 뇌기능 저하로 인해 독립적인 사회활동이 사실상 어렵고, 기억 및 판단능력 결핍으로 인해 단순 반복 작업 외에는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청구인의 장해등급을 제12급에서 제7급으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번 사례는 외형적 증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신경정신계 장해의 특수성과 복합성을 잘 보여줍니다. 청구인의 경우 단순히 말이 가능하고 걷는 모습이 관찰된다는 이유만으로 경한 장해로 판정되었지만, 실제로는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즉 자율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는 업무복귀는 물론, 개인적인 생계유지조차 타인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임을 의미합니다. 향후 장해등급 결정 시 단순 인터뷰나 외적 관찰에 의존하는 평가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기능 평가와 심리학적 진단자료의 중요성을 보다 높게 반영하는 절차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인지장애, 기억장애, 행동장애 등의 경우는 환자 본인의 표현능력과 외형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우므로, 가족 및 의료진의 의견, 검사 데이터 등의 다각적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