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없이 출근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 이번 사례는 사업주가 채용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출근 요청과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사실상 고용관계가 성립되었다고 판단해 '근로자'로 인정된 결정적 판례다. 산재보험 청구 시 근로자성 입증의 핵심 포인트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1. 사건 개요
청구인은 2019년 1월 21일, 기계 점검 및 청소 중 약 2m 높이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인해 ‘다발성 늑골골절(3~8번), 좌측 두피 타박상, 복벽의 타박상,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 진단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청구인은 이전부터 사업장에 3일간 출근하여 기계를 작동시키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재해 발생일에는 사업주로부터 ‘출근 독려’까지 받은 상태였다. 사업주는 청구인을 채용한 바 없다고 주장했으나, 출근 요청 정황 등에서 사실상 고용관계가 인정되어 근로자로 판단된 사례이다.
2. 처분 내용
- 청구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최초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 원처분기관은 청구인이 정식 근로계약서 없이 면접 중 기계를 시연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3. 청구인 주장
- 청구인은 지인의 소개로 해당 사업장에 1월 17일부터 출근해 용접 및 기계 점검 작업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 둘째 날인 1월 18일에는 사업주와 근로조건, 급여 등에 대해 구두로 협의하고 월 400만 원, 주 5일 근무 조건으로 구두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밝혔다.
- 사고 당일(1월 21일) 아침에는 사업주로부터 직접 ‘빨리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고, 이는 고용관계가 성립되었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하였다.
4. 쟁점 및 사실관계
4-1. 핵심 쟁점
청구인이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해당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다.
4-2. 사실관계 정리
- 청구인은 3일간 사업장에 출근했으며, 실질적인 기계 작업 및 점검을 수행하였다.
- 구급일지, 병원 기록, 목격자 진술 등에서도 청구인이 실제로 근무 중 사고를 당했다는 점이 확인된다.
- 청구인은 둘째 날 사업주와 근로조건 협의가 완료되었으며, 구두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사업주는 채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출근 요청 정황, 작업 수행 내용, 사다리 점검 중 사고 발생 등의 사실이 모두 근로자성 인정에 유리한 정황으로 작용하였다.
5. 전문가 의견
5-1. 주치의 소견
다발성 늑골 골절, 두피 및 복벽 타박상, 경추 염좌 등 중복 손상이 있었으며, 고열 및 통증으로 응급입원 후 지속적인 통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5-2. 자문의사 소견
상병 내용 및 치료 기간은 재해 내용과 부합하며, 요양기간 승인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6. 판단 및 결론
-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 청구인은 재해 당일, 사업주로부터 출근 요청을 받고 현장에 나가 기계를 점검하던 중 사고를 당하였다.
- 비록 근로계약서가 없고, 급여가 실제 지급되지는 않았더라도, 근무 실태와 출근 요청 등의 정황을 종합할 때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
- 따라서 재해 당일은 고용관계가 실질적으로 성립된 날로 보며, 그날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7. 요약정리
- 근로계약서가 없더라도 출근 요청, 작업 지시, 업무 수행 등이 있었다면 고용관계 성립으로 인정될 수 있다.
- 구두 계약이나 출근 독려 등의 정황은 근로자성 판단에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 면접 중 작업 수행은 실제 근로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사고 발생 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 사업주의 발언이나 문자, 전화 내역 등도 근로자성 입증 자료로 활용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근로계약서 없음 → 불승인’이라는 일반적 흐름을 뒤집고, 실질적 고용관계에 기반하여 ‘근로자 인정 → 승인 변경’된 사례로서, 유사한 상황의 일용근로자나 면접 중 재해 발생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애매한 고용형태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증거 확보와 구체적 진술이 핵심이다.